출처 : http://chchtan.blog.newsis.com
*영어를 잘 못하지만 그저 평균 이상은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한 번 썰을 풀려고 한다.
나를 가장 괴롭힌 전치사 중 하나가 Off였다. 영어 문장에서 Off만 보면 갑자기 나의 영어 능력이 졸아드는 느낌이 들고 갑자기 말이 어눌해질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였다. 사전에서 Off편을 찢어서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Off와 친해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Off란 놈은 당최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이 Off는 그런 친구였다. 성질머리가 좋지 않아서 누구와도 붙어있지 않고 혼자 떨어져 놀려고 하는 잡것이었다. 아예 그러려니 해야 한다. Off는 한마디로 “내 삭신에서 떨어져” “나하고 연결시키지 말고 끊어”를 신조로 삼는다.
몇 해 전 동아일보 한 편집기자(신문 기사제목과 레이아웃을 하는 기자)가 ‘뉴욕, Off’란 제목으로 편집기자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그 화려한 뉴욕이 정전으로 암흑의 세계 되어버린 상황이 발생했었는데, 당시 다른 신문기사 제목들은 모두 뉴욕이 정전됐다는 등으로 밋밋하게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이 기자는 간단히 ‘뉴욕, Off’ 해버린 것이다. 얼마나 실감나는 제목인가. 우리가 방안의 스위치를 손가락 하나로 끄는 것을 생각해보라. 그런데 뉴욕이 그처럼 Off 되어버렸으니 덧붙일 말이 필요 있을까. On은 ‘붙어서’ 흐름이 이어지는 성질을 갖고 있었지만 Off는 그만하고 떨어져 하는 흐름을 끊어버리는 상당히 거친 조폭의 성질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 Off가 문장 속에서 들어가 있으면 갑자기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조바심을 일으킨다. 아니 나에게 옛날에 그랬다. 근데 이제는 이놈을 취급도 해주지 않는다. 왜? 아까 밝힌 것처럼 Off는 상당히 잡것이고 엑스트라일 뿐이다. 문장 속에서 이놈이 없다고 해도 크게 문장의 뜻이 손상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 속 편하다. fly off에서 이 off는 없어도 된다. 다만 fly는 ‘날다’이고 fly off는 ‘날아가 버리다’이어서 그 뉘앙스만 다를 뿐이다. 여기서 그렇다고 off가 ‘-해 버리다’란 뜻을 갖고 있나 하는 생각은 버려라. 그저 일단은 off란 놈은 ‘꺼져, 끊어’를 신조로 삼는다고만 기억해둬야 한다. 물론 일어는 ‘-てしまう’란 표현이 있어서 ‘-해 버리다’란 의미를 갖고 있지만 영어는 그렇게 일대일로 되지 않는다. 문장 속에서 문맥 속에서 그 의미를 끄집어내야 한다. 그러니 뉘앙스 공부가 필요하고, 영어소설책 읽기를 많이 해야 하는 이유다.
동사 다음에 오는 off는 부사이고 명사 앞에 오는 off는 전치사이고 이런 공부는 하지 말길. 아니 한 번쯤은 그런가 보다하고 눈여겨보고 무엇보다 off의 성질머리를 기억해둬야 한다. 전치사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off 다음에 명사가 올 경우 거의 99.9%가 off 자리에 from이 있다 생각하고 해석하면 틀림없다. 다시 말하면 off의 성질머리가 ‘꺼져, 끊어’이기 때문에 ‘-로부터’의 from으로 바꿔 생각해도 된다는 것이다. 물론 뉘앙스는 ‘꺼져, 끊어’와 ‘-로부터’가 다르긴 하지만 여하튼 off란 놈을 잡기 위해서는 from으로 바꿔치기 해서 해석할 필요가 있다.
“Keep him off the desk.”(그를 그 책상에서 떨어지게 하라)에서 off대신 from이 있다 생각하란 뜻이다. 그럼 실제 “Keep him from the desk.”는 말이 안 될까. 말이 안 되기는, 얼마든지 된다. 그러나 우리 죽은 영어는 keep off만 숙어로 죽어라 외우라고 해댄다. 물로 여기에서 keep off로 쓰는 편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만 무턱대고 외우라고 할 게 아니고 이런 영어의 감을 잡는 훈련을 먼저 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off와 from의 뉘앙스를 말하자면 우리가 휴대폰 밧데리를 교체할 때 어떻게 하는가. 뒤에 붙어 있는 밧데리를 손가락 하나로 비틀며 휴대폰 몸체에서 톡하고 이탈시키지 않은가. 이게 off라면 from은 그런 뉘앙스는 없이 그저 휴대폰 ‘몸체로부터’ 밧데리를 끄집어낸다는 정도이다. 그래서 off는 문장의 양념이긴 하지만 상당히 감각적으로 쓰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아 움직이는 영어는 off하나만 있으면 좋으련만 ‘off of’로 한꺼번에 쓰기도 해서 넌(non) 네이티브에게 골탕을 먹인다. “Hands off of the desk.”에서 이 off of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하고 고민하는데 절대 그럴 필요가 없다. off의 ‘꺼져, 끊어’의 성질에 of의 ‘분리’의 의미를 하나 추가해 강조한 것일 뿐이다. “그 책상에서 손을 이탈, 이탈”이란 의미로 역시 이탈의 대표성을 갖는 from을 집어넣어 해석하고 그 뉘앙스만 머릿속에서 “이탈, 이탈”만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책상에서 손 떼, 못 떼?”라고 얼마든지 말을 만들고 의미를 확장해 갈 수 있다.
off의 문장 속 해석을 둘러싸고 하나 기억해 둘 필요가 있는 부분이 ‘off+바다 관련 단어’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울까 하는 것이다. 난 일치감치 ‘off+바다 관련 단어’가 나오면 ‘인근’으로 해석하기로 각인시켜놓았다. 문장 속에서 off the coast란 표현이 나오면 ‘해안에서 떨어져, 이탈해서’ 이렇게 해석하지 않고 간단히 ‘인근 해역에서’란 의미로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고정화시켜놓았다. off the shore나 off the beach는 ‘연안’ ‘해변 인근’ 등으로 말이다.
그리고 off를 끝내기 전에 한 가지 헷갈릴 수 있는 점이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off와 on이 뒤바꿔 쓸 수 있는 예이다. 아니 어떻게 ‘붙어서’의 on과 ‘떨어져’란 off가 같은 의미로 쓸 수 있느냐고 따져 물을 수 있다. 당연한 의문이고 거기에 대해 답을 내려야 한다. “He is living off coke and hamburgers.”라고 하면 “He is living on coke and hamburgers.”와 같은 의미다. 아니 똑같다고 할 수 없지만 비슷한 의미다. 앞의 것이 off가 있어서 그는 콜라와 햄버거를 먹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생존 차원’에서 그는 콜라와 햄버거를 먹는다는 뜻이다. 두 번째 것은 on이 있어서 짐작하겠지만 그는 콜라와 햄버거에 ‘붙어서’, 그러니까 콜라와 햄버거를 먹는데 의지해서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비슷한 의미를 갖는다. 난 이들 live off와 live on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앞의 live off는 ‘-을 소모하면서 살아간다’ 이고 live on은 ‘-에 의지해서 살아간다’로 머릿속에 정리해 두었다. 즉, 앞의 문장에서 live off를 사용할 경우 “그는 콜라와 햄버거를 소모하면서(off니까) 살아가고 있다”로, 뒤의 live on의 경우 “그는 콜라와 햄버거를 의지해서(on이니까) 살아가고 있다”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동사 live에만 그러는 것이니 머리아파하지 말길.(설 이후 기회가 되면 Over를 나름 소개해보겠다.)
*이것은 설명하는 것일 뿐 최상의 방법은 자연스레, 부지불식간에 익힐 수 있도록 수준에 맞는 영어소설을 사전을 찾지 않고 밤낮없이 읽는 것이다.